비가 유난히도 많이 오는 8월의 마지막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와서

모처럼 동생과 같이 무한도전의 본방을 사수할 기회가 생겼다.

어지간하면 틀어놓는 LG의 야구도, 2010년 마지막이라고 오버드립하는 리쌍록도,

모두 2-3순위로 밀어놔버리고 무한도전을 봐야한다.

어느덧 10화 대장정의 끝을 향해가는 WM7의 8화 9화.




소소한 웃음과 약간의 몸개그라고 생각했던 WM7은

9화에서 갑자기 궤가 달라지고 있었다.

마치 코미디로 오던 영화가 갑자기 감동라인으로 갈아타는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사이에 위화감이라고는 느껴지지않았다.



이미 무한도전은 그냥 TV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많은 보도와 팬덤이 형성되어있고, 우리는 이미 그 레슬링 대회의 결과와 흥행여부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

사실 WM7의 대회 1주일 전후로,

촬영에 참가한 프로레슬러에 대한 부당대우 논란

47초만에 매진된 좌석이 특정 암표거래 집단에 의한것이라는 의혹

수준낮은 경기로 한국 프로레슬링계가 비하될 우려

등이 제기 되어 어수선 했던 점도 있다.


그러나 우선 WM7 9화는

우리나라 여타 예능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연출과 리얼리티를 통해 그 모든것을 분쇄 시켜 버리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의 연기자들이 공포속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실제 프로레슬링을 하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을 일으키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기술들을 소화화기 위해서, "판"을 짜기 위해서 실제로 그렇게 많은 훈련과 조심함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지는

제법 프로레슬링을 본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벽 6시부터 경기를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의 줄은

암표매매에 의해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라고 제기했던 몇몇 가소로운 제시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 경기를 위해 몰려든 모습은

방송용 억지라고 하기에는 또는

암표상과 그 표를 사서 들어올 수도 있었을 일반 관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순수했고 감동적이었다.



무한도전 연기자들이 부상과 공포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은

그 열정적인 모습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한도전이 해온 과제들이 1등이 되기 위한것이 아니라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는 것에 필요한 노력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준높은 경기가 아닐지라도, 그 노력의 땀방울들로

"판"에 의해 조종되는 경기(Entertainment)일지라도 노력이 고귀하고 값지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오히려 "판"일지라도 그 노력과 열정을 본다면

즐기는 입장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유흥(Entertainment)이라고 생각되게끔 만들어 주었다.



무한도전이 그냥 예능같지 않은점은 방송을 위해 과하게 포장하지않고, 단지 웃기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는 공포대로, 겁은 겁대로, 싸움은 싸움대로 보여주는 점이다.(이것을 나는 리얼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의 큰 웃음을 위해서 정준하와 박명수는 5년간 아웅다웅하고 있고, 정형돈은 4년 반동안 해골을 먹어왔다.

그리고 지금 터지는 한번의 웃음이 그동안 몇년간의 관계와 역사에서부터 발전되왔기 때문에,

편집과 방송용 포장으로 둘러친 여타 "리얼"예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제 나이가 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박명수의 대사는 원망스럽고 밉다기보다

그래그래 그럴수 있어라고 이해가 되었고

뇌진탕을 먹고도 참던 정형돈이, 아 이제 진짜 아파서 못하겠다 하는 모습에는

왠지 4년 반동안 그림자, 해골받이를 하던 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고,

몸치, 운동치인 노홍철이 끝짜기 DDT를 하고자 하는 모습에선

약삭빠르고 간사하다고 미워할 수 없는 그의 본심이 느껴져서 찡했다.

그리고, WM7의 히어로 정준하에게선

진통제맞고서라도 경기에 나가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밉상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듬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손스타,

사실 이번 WM7시리즈에선 무한도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자 입장의 자막이 좀 적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부분의 많은 부분이 손스타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

멤버들한테 쓴소리도 하고, 선수나 코치가 아닌 동호인으로써의 부담감,

그러면서도 WM7 경기의 판을 그리는 연출자로써의 모습까지

무한도전 스태프가 느꼇을 부담감들은 대부분 손스타의 모습을 통해 나왔다.

"안 괜찮다는 말은 안배웠어요?" 라는 정형돈의 물음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던 그의 모습은

어쩌면, 무한도전 스태프들이 그동안 기대에 부담감을 느꼇을 모습과 묘하게 매치되었다.

분명 무한도전의 조력자들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랬듯 조금씩 잊혀지고 묻혀질 테지만

손스타님은 너무 고생했다 ㅠ.ㅠ


많은 여론들이 무한도전의 안전불감을 이야기 하는 모습도 있고, 분명 약간 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많은 비인기 격투관련 스포츠 종목이 부실한 지원과 적은 관심속에

오로지 선수와 관계자의 정신력으로 근근히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 모든 장치가 무한도전의 코드라고 하기엔.

나는 무한도전을 너무 많이 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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